학생의 편지

     그리운 아버지께
                                                                                                                      송하늘
아버지! 왠지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이 편지를 쓰니 어색하네요.

한 달 전만 해도 어린아이처럼  '아빠!'라고 장난스럽게 아버지를 불렀던 시절이 있었는데..지금은 그렇게 불러도 제 방으로 바로 뛰어오실 수가 없게 되었네요.

가장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짐을 지시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매일 밤 스카이프를 통해서 보면, 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이 생각나고 그리워요.

하트 입술도, 안경도, 머리 모양도.... 평범하게 느껴졌던 아버지의 하나하나가 지금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아버지께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시던 서재방을 보아도 아버지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저희 세 모녀는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아버지는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많이 외롭지는 않으세요? 그렇게 즐겨 하시던 운동도 잘 하시고 계세요? 행복하신가요?

아버지 직장 관련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당연히 가셔야지요. 떨어져 있어도 아버지께서 행복하시면 괜찮아요."라고 바로 대답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제 대답을 의심하고 후회할 때도 있어요. 정말 지금 괜찮은지.

아버지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 세 모녀 모두 노력하고 있는데,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아버지의 빈 자리가 채워지질 않아요. 호주에 와서 아버지와의 사이가 부쩍 가까워지고, 장난과 농담도 아낌없이 주고 받았는데, 2년 만에 이 시간들이 추억으로만 남겨져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아버지, 아버지께서 한국으로 떠나시기 하루 전 하셨던 말, "공부만 열심히 하지 말고, 운동도 하면서, 인성도 바르게 생활하고, 때론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때론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라."라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아버지께서 항상 조언해 주신 것처럼, 세상에서 여기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제가 제 자신을 훌륭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는 값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약속할게요.

비록 지금은 아버지의 장난스러운 유머 감각과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저녁 식탁에서 들을 수는 없지만, 그 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며 훗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큰 딸이 되도록 약속 하겠습니다.

저의 멘토이자, 개그맨이자, 영웅이자, 끝없는 서포터이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아버지날 보내세요. 건강하세요!

아버지의 붕어빵이자 큰딸 송하늘 올림


     저한테 본보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누리  

존경하는 아버지께,

아버지날 축하드려요!

아버지는 저한테 항상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신 분, 언니와 엄마가 바빴을 때 놀아주시고 숙제가 있었을 때 바쁘셔도 항상 도와주신 분이셨어요.

한국에 멀리 떨어져 계시고 힘든 일이 있어도 저한테 항상 웃어주신 고마운 분이에요. 우리를 위해 사랑과 마음을 많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버지, 아버지는 저한테 참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분이에요. 힘든 일이 있든,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닥치든 아버지께서는 끝까지 노력하고 오히려 우리를 격려해 주시며 제일 힘이 되어주셨던 분이셨어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모습으로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멀리 계셔서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자주 전해 드리지 못하지만, 저한테 항상 본보기가 되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만날 때 크게 웃으실 수 있도록, 자랑스럽고 훌륭한 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버지는 저에게 누구보다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분이에요. 한국에서도 건강하시고 좋은 모습으로 또 봬요. 사랑해요!

누리 올림


                                                   아빠의 답장

     각자 지금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
                                                                                                                           송광호 학부모

내 사랑하는 두 딸 하늘과 누리에게

매일 아침과 밤에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긴 하지만 많이 많이 보고 싶다, 내 예쁜 두 딸들...

한국에서 다시 근무한 지 이제 6주가 지나가는구나. 여기 살다 보니 Fathers' Day라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한글학교 수업시간에 우리 두 딸이 적어준 편지를 엄마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어서 그 예쁜 글씨와, 그 보다도 더욱 예쁜 마음,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두 딸의 모습이 떠올라 그 가슴 벅참에 한참 행복했단다.

아빠도 호주에서 같이 지냈던 시간들이 많이 그립단다. 같이 beach에 가서 놀던 시간들, 수영장에서 레이스 했던 시간들, 같이 테니스하며 열심히 땀 흘렸던 때들, 외식하며 재잘재잘 많은 얘기를 했던 때들, 그리고 보드게임이며 카드게임이며 같이 했던 즐거웠던 날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우리 아가들 꼬옥 안아주며 깨웠던 게 참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가끔 전화로 깨우는 상황이어서 많이 많이 서운하구나.

이제 사춘기, 한참 엄마 아빠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시간인데 그 괴롭힘을 가까이서 즐기지 못한다는 것도 아쉽다. 대신 엄마가 두 배로 세 배로 힘들어 하는데 곁에서 도울 수 없는 것도 아쉽고...

떨어져 살다 보니 아빠라는 역할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직 어린 아들로 사는 역할이 더 현실감이 오더구나. 주말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지내다 보니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어른이지만 아직 당신들에게는 어리기만 한, 돌봐주어야만 하는 철 없는 어린 아들로 비치고, 또 아빠도 그 어린 아들의 역할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우리 두 사랑하는 딸 들이 더욱 생각난다.

호주에서 살면서 아빠가 가장 많이 깨달은 것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였고,  또 하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빠에게 주신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장 많이 느꼈단다. 평생 아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만, 보답을 바라지 않는 짝사랑만 하시게 하는 것 같아서, 떨어져 지내는 게 불효하는 것 같아서 정말 마음 아팠단다. 물론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정말 중요한 사실이었지만, 떨어져 살면서 또한, 내 자신의 아이들이 커 가면서 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이더구나.

아빠, 엄마도 우리 두 딸들이 태어나고, 이유식을 먹고,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아빠, 엄마를 부르기 시작할 때, 그때하고는 다른 완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배우고 느끼는 점은 아주 많단다. 너희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을 아빠, 엄마도 사춘기에 충분히 느꼈던 것이고 또한, 그 성장과정을 지켜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도 이제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도 이제 조금은 철이 드나 보구나.^^

그래도 참 행운이고 복 받았다는 큰 느낌을 받는 이유는 우리 두 딸들이 정말 예의 바르고, 사랑스런 아이들이고, 또한 우리 가족 모두 어떤 어려움에도 같이 도와서 헤쳐 나가려고 하는 그런 똘똘 뭉친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한 사람이라는 게 정말 축복인 것 같구나.

존경하는 부모님의 아들로서, 또한 사랑하는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두 딸의 아버지로서, 이 중복된 역할이 정말 내게 힘을 주고, 더 좋은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채찍질도 하게 되는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손편지가 아빠에게 새로운 힘을 준다. 고맙다.

Father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많은 의미를, 새롭게 새기고, 또 너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너희 아빠가 더더욱 성실하고 정의롭게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많이 보고 싶다. 항상 보고 싶은 내 두 딸이 더 보고 싶다. 사랑한다. 그리고 아빠도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더욱 노력할게. 약속!

곧 만나자. 그리고 각자 지금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

두 딸을 너무너무나 사랑하는 아빠가